미래의 내 아들에게

아들아, 안녕!
나는 지금 해병대에 복무하고 있는 미래의 너의 아빠, 훈련병 ‘김태평’이라고 해.
사람들에게는 ‘현빈’ 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입대하기 전에는 ‘시크릿 가든’ 같은 드라마와 여러가지 광고에도 많이 출연했단다.

아빠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면,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아빠가 했던 유행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방송사를 넘나들며 들을 수 있었고, 또 전교 어린이 회장단선거에 나간 초등학생들도
선거 유세를 위한 포스터에 아빠의 유행어를 쓸 정도로 인기가 넘쳤단다.
또 아빠가 불렀던 ‘그 남자’라는 노래도 무척 유행했단다. 네가 이런 아빠의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 안타깝구나.
물론 지금은 여러가지 매체가 많이 발달해서, 나온지 시간이 많이 지난 노래나 드라마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지금보다 더 발전해 있을 네가 태어날 시대엔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아들아!
아빠는 너에게 연예인으로서의 멋진 모습도 보여 주고 싶지만,
그보다도 아빠가 진정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따로 있단다.
요즘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군대에 가기 싫어서 잘못된 수를 쓰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단다.
하지만 아빠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아주 큰 결심을 했는데,
그것은 해병대에 입대하여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란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끝나고 입대를 결심했을 때, 사실 아빠도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단다.
군대에 가면 그동안 누렸던 자유도 많이 누릴 수 없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며, 매일 힘든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걱정스러웠어. 하지만 막상 해병대에 입대해서 동료 군인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불타오르고,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나라를
지키는 영광스러운 일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단다.

아빠가 그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군대 생활을 하다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주간 사격에서
20발 중에 딱 한 발 모자란 19발, 야간 사격에서 10발 중 10발 모두를 맞추었어.
그래서 720명의 훈련병 중에서 16명의 특등사수에 들게 되었단다.
어때, 이만하면 아빠 정말 자랑스럽지? 너도 아빠를 닮아서 운동신경이 좋을 테니까,
나중에 군대에 가면 아빠처럼 잘 할 수 있을 거야.

6주 동안의 훈련을 마친 뒤, 아빠는 백령도에 가서 홍보병으로 근무할거란다.
홍보병은 군대 활동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아빠의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서 다른 군보다 지원자도 적고
조건도 까다로운 해병대를 널리 알려서 입대를 꺼리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생각이란다.
아빠가 특등사수의 실력을 보여주었는데 왜 홍보병으로 배치되었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는데,
홍보병도 일반 전투병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상륙기습훈련, 경계근무, 부대과업 등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단다.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모두 해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멀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아들아!
네가 커서 군대에 가게 된다면 아빠처럼 용감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랑스러운 일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전에 남북이 통일되어 전쟁 걱정이 없는 날이 왔으면 좋겠지?
입대하기 전에 아빠가 용산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여러가지 사진들을 보았단다.
북한의 주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김정일과 고위층의 잔인함이 생생하게 드러났는데,
사진들을 보고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북한을 주축으로 통일을 한다면 너의 시대가 어둡고 힘들 테니, 꼭 남한을 중심으로 통일 할 수 있도록
아빠같은 군인들이 나라를 잘 지켜서 너에게 행복한 나라를 선물해줄게.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빠는 앞으로도 백령도 등 여러 섬에서 열심히 복무할게!
그럼, 가까운 미래에 우리 행복한 얼굴로 꼭 만나자!

2011년 4월 10일
-너의 아빠 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