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전사자 유가족들은 여전히 큰 슬픔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우를 먼저 보낸 생존자들의 어깨도 무겁습니다. KBS뉴스... ....”
“엄마, 유가족들은 정말 슬플 것 같아요. 사랑하는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겠지. 엄마는 서연이, 서주가 조금만 다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데 그 분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니.”
“그러게요. 또 생존자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과 전우들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게 클 것 같아요. 친구들 앞에서 혼자만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엄청 미안한데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 어휴. 상상도 하기 싫어요!”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해. 그래야 다시는 가슴 아픈 사람들이 안 생기지. 하지만 그 전에 빨리 자야하지
않겠니? 벌써 시간이 아주 늦었어.”
“그럼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참, 내일 아침은 계란말이와 볶은 김치면 좋겠어요! 아니, 그냥 참고하시라고요!”
상쾌한 아침, 황금빛 따뜻한 봄 햇살이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은 식탁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 이대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 그때였다. 탕. 탕. 타앙.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총성소리가 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음악소리는 거기에서 멈추었다. 아니 영원히 끝났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른다. 잠시 뒤 타다닥 거리는 군화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표정이 굳었다. 엄마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동생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유리컵을 들고 있던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결국 컵 안에 있던 물을 엎질렀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잠시 뒤, 부여 군민들은 군청 앞으로 모두 모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부여 시내가 이토록 침울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덩치가 큰 군인 아저씨가 사람들에게로 다가왔다. 생김새를 보니 외국인은 아닌데 군복을 보니 국군은 아니었다. 이상한 생각에 누굴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소름이 돋았다. 비참한 음악의 재생버튼이 눌러졌다. 몸이 덜덜덜 떨리고 어지러웠다. 결국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시끄러운 곳에서 내 소리만 들릴 정도로 아주 날카롭고 크게.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는 들을 수 있었다. 뚜벅, 뚜벅, 뚜벅.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군화 소리를.
“서연아, 괜찮니? 악몽을 꿨구나. 식은땀이 이마에 흥건하네. 밥 차려놨으니까 얼른 가서 먹자.”
모든 것이 꿈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식탁에 가보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계란말이와 매콤달콤 할 것만 같은 볶은 김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밥상도 항상 우리를 지켜주시는 국군 아저씨들이 계시기에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국군아저씨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했다.
북한은 3년 전, ‘천암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해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그럼에도 반성하는 태도는커녕 대남적화야욕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예로 최근에는 3차 핵실험 및 남한 최종파괴와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것을 들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실제 도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우리는 천안함 46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더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