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은상 전국 어린이 그림/글짓기 공모 수상작-대한민국을 지키는 푸른소나무-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 저는 가족들과 강릉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강릉의 풍경은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사는 인천의 바다와는 달리 강릉의 바다는 넘실거리는 시원한 파도로 가득했고, 평소에는 맛이 없다고 편식을 하기 일쑤였던 순두부로 만든 음식들은 정말이지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동해 바다에서 볼 수 있다던 일출이었습니다.

강릉에 도착하기 전에 일출의 의미를 설명해주셨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저는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크고 작은 소원을 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튿날, 새벽은 여전히 쌀쌀했습니다. 일찍 일어난 탓인지 졸린 눈을 애써 부비고 올라탄 차 안아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일출을 보러 이동하는 도로위의 풍경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도중에, 저는 신기한 풍경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다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소나무 숲 이었습니다. 소나무들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해가 밝지 않은 어둠 속에서도 소나무들은 굉장히 단단하고 씩씩한 모습을 뽐내며 뻗어있었습니다.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 소나무는 대체 무엇이지?’하며 한참을 생각했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을 알아차린 것만 같이, 부모님은 소나무 숲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방풍림’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람을 막는 숲’임을 알았습니다.


그러고는 문득, 저는 바닷바람같이 차가웠던 얼마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불과 며칠 전, 저는 텔레비전 속을 가득채운 시끌벅적한 뉴스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전 세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던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진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위험스런 실험을 하는 것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도 모자라,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상황을 계속해서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럴 때 마다 ‘평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일출이 잘 보인다던 해수욕장에 도착한 모양인지 차가 멈추어 섰습니다. 여전히 바닷바람은 거셌고 저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분명히 보았습니다. 해안선을 옆으로 끼고 기다랗게 서있던 군인아저씨들을요.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듯 기운찬 눈빛으로 바다를 응시하던 그 모습은 마치, 바닷바람을 막는 푸른 소나무 숲과 꼭 닮아있었습니다. 저는 그때서야 몸의 떨림이 멈추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 온 들, 튼튼하고 씩씩한 소나무처럼 바람을 막아서서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군인아저씨들의 푸르른 기상이 있다면 걱정이 없으니까요.

해가 떠오르는지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저 수평선 끝에서



태극무늬의 붉은색처럼 넘실거리는 태양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기도하였습니다.

이 평화를 위해 오늘도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푸른 소나무 같은 씩씩한 군인아저씨들에게 감사하다고, 그리고 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요.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니 어느 덧 해는 떠올라 우리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새 그곳에는 무궁화 꽃내음 같은 향긋함이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문득 하늘에 가득 떠오른 태양이 우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도 고개를 돌려 여전히 단단한 기상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군인아저씨들에게 미소를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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