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도 상쾌한 토요일 아침에 우리 가족은 아버지 차를 타고 정읍에 있는 35사단에 다녀왔다. 얼마 전에 있었던 나라 사랑 사생 대회 그림 부문에서 금상을 받게 되어 시상식에 갔다. 아버지께선 토요일도 출근하시지만, 그날은 특별히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신 것이다. 긴장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일반인에게 금지된 군부대라는 특수한 곳에 간다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도 있었다.
1시간 정도를 달려 35사단 부대 정문에 도착했다. 부대 정문에서 삼촌 같은 나이의 늠름하게 생긴 군인 아저씨가 멋있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에 도착하니 제법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낯선 분위기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우리 가족은 시상식 장소에 도착하여 안내에 따라 시상식 예행연습을 하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다른 장소에서와 다른 시상식이 진행되고 별이 여러 개 달린 높으신 분께서 상장을 주시면서 반갑게 악수를 청하셨다. 나 자신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정오가 되니 햇빛이 내 머리 위로 내리쬐어 다소 뜨거웠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군인 아저씨들이 연극도 보여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군악에 맞춰 군무도 보여주었다. 2부 순서로는 우리가 직접 군인이 되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체험들을 할 수 있게 준비해 주셨다. 나는 살수차에 갔다. 그곳에서는 군인 아저씨께서 직접 물을 쏠 수 있게 도와주셨다. 대형 헬기에는 많은 보급품과 여러 가지 장비들이 있었고, 친절하게 사용 설명도 해 주시고, 멋진 포즈를 잡는 방법도 알려 주셨다.
탱크도 타 보았는데, 영화 속에서 실감 나게 보던 탱크를 직접 타보고 조종도 해 보니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있게 느껴졌다. 훈련받을 때 직접 사용하는 무게와 똑같은 군장도 메 보았는데, 일어서려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무게였다. 무전기도 직접 사용해 보고 총 쏘는 자세도 배웠다. 소형 트럭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우리 가족은 마치 소풍을 나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요즘 군대는 시설이 참 좋구나.”라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도 당신이 군 생활할 때보다 시설이나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전보다 편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말 넓은 잔디만큼은 부러웠다. 저기서 뛰어 놀며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 윤일병 사건도 있었고, 여기저기 다른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어서, 군대라면 무섭고 두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다. 35사단 군인 아저씨를 만나 보니 군인 아저씨들의 힘찬 기운이 느껴졌다. 또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지켜 주시는 군인 아저씨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는 청소년이다. 20살이 되면 약 2년간 군대에 다녀온다. MBC에서 하는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보면 군대에서 하는 무시무시한 훈련들이 나온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미리 두려운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레몬을 한 번이라도 먹어 보았거나 레몬이 매우 신 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레몬을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거나 몸이 움찔할 것이다. 이처럼 군대도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군대가 단순히 두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도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진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힘 주어 말씀하셨다. 군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를 배움으로써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참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울고 웃고 떠들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많은 추억도 만들 수 있는 군대를 경험하면 우리는 더 큰 우리로 성장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어느새 마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날 군대가 어떤 곳인지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왔다.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께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한다는 군대를 다녀오셨다. 새삼 그 분들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현재 군 복무에 충실히 하고 있을 군에 계시는 모든 분을 존경한다. 머지않아 나에게도 다가올 군 복무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지만 나 또한 그 분들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도록 그 임무를 훌륭히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