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회시간에 선생님께서 오후 수업에 병무청에서 와서 강의를 한다고 했다.
얏호~! 우리들은 수업 한 시간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강당에 친구들과 모여 별다른 생각 없이 강의를 들었다.
병무청이 국방부의 소속이라는 것과 군인들의 생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인 나로서는 군대라는 곳이 거리감이 느껴져 사실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전에 TV에서 본 군대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에서 봤던 군대의 모습과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 부담 없이 들었던 강의가 끝난 뒤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나라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순간 머릿속이 까맣게 되는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추상적인 주제여서 뭐라고 적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저학년 때 그려본 태극기 그리기도 무궁화 그리기도 아니고 도대체 ‘나라사랑’이 무엇이란 말인가? 순간 내가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게시판에 걸린 이달의 독립운동가가 누구였지? 제대로 볼 껄…. 게시판에 걸린 이달의 독립운동가 포스터조차 휙 스쳐
지나기 일쑤였다. 사회 시간에 일제강점기와 많은 독립투사들의 희생을 배웠지만, 실제로 느낀 점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 같으면
그렇게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독립을 위해 싸우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우리나라를 지금의 분단국가로 만든 전쟁의 비참함도 통일의 절실함도 지금의 우리 세대들에게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인 게
사실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보여주는 교육용 동영상을 통해 전쟁의 무서움과 비참함을 배웠다. 그때마다 저 속에 내가 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었다. 영화 속에서 가끔 코믹하게 전개되는 전쟁의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전쟁은 무서운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을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또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위인들의 업적은 너무나
크고 벅차고 너무나 멀기까지 했다. 그럼 나는 언제 가장 완벽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었을까?
나는 김연아 선수와 손연재 선수의 선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느꼈었다. 소치올림픽에서 누구보다 완벽한
경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그친 것을 보고 화가 났었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러시아를 비난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뉴스를 통해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었다. 거리의 수많은 노란 리본을 보면서도 가슴
먹먹해지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
국가의 행복과 불행을 함께 기뻐하고 아파 할 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도
운명처럼 기회가 온다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가 불쑥 생길 수 있을까?
나는 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순간, 갑자기 가
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불쑥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나라사랑의 일은 미미하다. 마치 도덕 시험에나 나올 법한 뻔한 이야기지만, 쓰레기를 줍는다든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등 사회를 밝게 만드는 작은 습관들을 고쳐 나가는 것이겠지?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나의 나라사랑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라를 위해 더 큰 역할이 주어진다면 나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다짐이 들었다.
조금 귀찮은 글짓기 숙제가 내 안에 깊이 숨어있던 내 나라에 대한 진심을 일깨워준 것이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생활해야 될 것 같다.그리고 이번 글짓기를 통해 알게 된 나를 키우고 존재하게 하는 내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진심’을 더 키워나가야 할 것 같다.